백화점 설 선물 등장한 '황금광어회의 비밀'

입력 2024-02-02 17:50   수정 2024-02-13 16:52


2일 경기 용인의 현대그린푸드 식품위생연구소. 흰색 보호복을 착용하고 입구로 들어서자 ‘관계자 외 출입금지’ ‘생물학적 위험물’ 등 경고 표지가 눈에 띄었다. 연구원들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기 등의 장비를 활용해 나물 과일과 같은 설 제수용품의 미생물과 잔류 농약 함유 여부를 측정했다. 검사를 통과한 제수용품은 다음주 백화점 매대에 오른다.

이경옥 연구소장은 “현대백화점그룹이 판매하는 모든 식품은 여길 거쳐야만 소비자 입으로 들어갈 수 있다”고 말했다. 식품위생연구소 내부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.
○국내 최초로 한우 원산지 판별
올해로 설립 39주년을 맞은 식품위생연구소는 그동안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물론 식품업계 전반의 위생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. 1985년 현대백화점 본점에 설치된 상품시험실이 모태다.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식품위생연구소를 우수 시험·검사기관으로 지정했다. 유통·식품업계를 통틀어 기업 부설 연구소가 우수 시험·검사기관으로 지정된 첫 사례다.

그만큼 식품위생·안전 분야에서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. 현재 미생물 유해물질 잔류물질 분석, 유전자변형식품 검사 등을 할 수 있는 첨단 장비 268대를 갖추고 있다. 24명의 석·박사급 전문연구원이 근무한다.

1033㎡ 규모 연구실에서는 1100여 개 항목에 걸쳐 연간 1만7000여 건의 분석이 이뤄진다. 연간 운영비만 기기 구입비 등을 합쳐 30억원에 달한다. 연구소 관계자는 “검사에 필요한 각종 시약 구입비로만 연간 6억~7억원을 쓴다”고 했다.

‘업계 최초’ 타이틀도 여럿 있다. 1990년대 말 국내 최초로 한우 원산지를 판별하는 유전자 확인법을 도입했다. 한우 원산지 판별 국가공인 검사법이 확립된 2000년대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원산지 판별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.
○식약처 기준보다 깐깐한 검사
현대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세트에 백화점업계 최초로 황금광어회와 범가자미회 등을 담은 활어회 세트를 선보였다. 서울 압구정본점에서 당일 손질한 프리미엄급 횟감을 바로 포장해 서울·경인지역에 배송한다. 활어회는 고급 식재료로 인기가 높지만 그간 백화점 선물세트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. 손질과 포장, 배송 과정에서 쉽게 부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.

현대백화점이 활어회 선물세트와 같은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식품위생연구소의 역할이 컸다. 이 소장은 “활어회는 산지에서 갓 잡은 원물이 백화점 수조로 옮겨져 회로 손질되는 단계마다 모두 검사를 거친다”며 “매장에 상주하는 감식관이 실시간으로 도마와 칼 등의 위생을 점검하고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판매를 허용한다”고 설명했다.

현대백화점은 매년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 목록을 담은 가이드북을 발간한다. 연구소는 가이드북 발간 3개월 전부터 상품별 미생물·이화학 검사와 함께 작업장별 위생점검을 한다. 올해 설 선물세트는 검사 대상 280여 개 품목 중 4개가 1차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. 연구소는 부적합 요소 개선 여부를 점검한 뒤 기준치에 미달한 1개 품목을 최종 탈락시켰다. 연구소가 제시하는 검사 기준치는 식약처 기준치보다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.

박신영 현대그린푸드 식품안전실장은 “‘명절 선물은 선물하는 고객의 진심을 대변하는 것’이라는 마음으로 법 기준을 웃도는 자체 기준을 세웠다”며 “‘상품 진정성’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식품 위생을 철저히 관리할 것”이라고 말했다.

용인=오형주 기자 ohj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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